나는 나갔다, 헤어진 포켓 속에 두 손을 찌르고.
짧은 외투마저 알맞는다.
어둔 밤하늘 밑을 나는 거닐었다.
나는 시신의 종이었다.
아 - 얼마나 멋진 사랑을 나는 꿈꾸고 있는 것이냐!
한 벌 밖에 없는 무릎팍 바지에는
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.
공상하기 좋아하는 게으름뱅이
길을 가며 나는 시의 운율을 끙끙대고 생각하였다.
나의 숙소는 저 아득한 대웅성좌.
하늘의 나의 별들은 반짝이며
다정하게 나를 보고 소곤거렸다.
길가에 주저앉아
나느 별들의 속삭임을 듣고 있었다.
그 좋은 구월달 저녁마다
마침 장만해둔 술과 같이
이마에 이슬 방울을 느끼며 느끼며-.
환상적인 물체의 그림자 속에
가락을 밟으며 칠현금을 켜는 것처럼
나는 헤어진 단화의 구두끈을 잡아당기고 있었다.
발을 가슴에까지 끌어 올리며.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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